티스토리 뷰


정신건강 (mental health 또는 santé mentale)은 단순히 특정 사회의 문제라고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정신질환/장애에서 정신건강으로의 변이는 

1. 정신질환의 급증(특히 경증 정신질환)

2.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

3. 삶의 질/웰빙을 계산/측정하는데 주요한 잣대로의 정신건강

등을 기점으로 본다.


프랑스도 비슷하고 다른나라들도 대동소이하게 정신건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주축으로 정신질환의 장(champ) 자체를 재편성하고있다. 정신질환 급증에 대응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고.



12/1월에 통계자료를 구경하러 갔을때 본 정신건강센터 도서관은 아직 조금 부실했다. 전문서적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낙인의 우려를 최대한 줄이고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일차적 시도는 분명히 간과하지 말아야할 중요한 변곡점이다 . 하지만 DSM/ICD와 같은 국제 진단 도구를 수동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치료사(의사, 심리학자, 간호사)들간의 연구를 통해 적극적인 임상/이론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아직까지는 단순히 미국으로 위시되는 APA/DSM 이항의 단순한 습득과 적용에 가까운것 같다. 

세미나에 가면 의사들이 전문의를 딴 후에 본격적으로 정신병리 공부를 시작하는 걸 보곤한다. 스스로 환자가 되서 분석또는 supervision을 받기도하고 인문학 공부과정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사실 구조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의 관심사 문제지. 


환자를 직접 보는 임상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학생으로 습득한 의학지식 자체를 여러 지식들중 하나로 보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과학성(scientificité)을 기반으로 한 지식이 아니라 불안정하고 해당 사회의 규준을 반영하는, 그래서 끝없이 탐구되어야할 사회구성적 과정(processus)의 산물로 재조명하고 고찰되어야 한다. 개인이 환자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자가 단순히  의학지식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도 조심해야한다. '안다고 가정된 주체'(sujet supposé savoir)는 지식을 환자에게 전달(transmission)하는데 만족해서는 안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료실 직원은 친절하게 필요한 자료를 스캔/복사하게 해주셨다(원래 자료실은  센터 직원들만 쓸 수 있다). 

필요한 자료를 챙기고 센터 뒤에 있는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4-5명의 남자들이 각자 짐을 들고 흡연실에 들어왔다. 한동안  조용히 담배를 피우다가 비교적 연배가 어린 사람이 맞은편 사람에게 '형님 건강하세요'라고 했다. '형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야 서울은 왜이렇게 춥냐. xx야 너도 건강해라.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라고 했다. 짐작해보면 입원병동에서 한동안 지내다가 같은날 퇴원한 사람들이겠지, 입원병동에서는 창문을 쉽게 열 수 없으니 서울에 있으면서도 서울 공기가 유난히 차게 느껴졌을테고. 형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담뱃잎을 버리고 담배필터를 피웠다. '형님'에게 건강하라던 '동생'은 멍하게 하늘을 보고 있었고.


예전에 한창 도배할때  항상 옆에서 서성거리던 여자가 있었다. 여름이라 덥기도하고 쪽방촌은 워낙 좁아서 신발을 벗기도 힘들어 슬리퍼를 신고 가곤했는데 그 여자분은 꼭 슬리퍼 한 짝만 몰래 가져갔다.  나머지 한짝도 가져가보라고 하면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젓고는 했고. 도배 끝나고 담배를 태울때면 같이 쭈그려  앉아서 그 여자는 내 슬리퍼 보고  나는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고. 


'병리'는 '정상'과 '비정상'의 극단속에 길을 잃곤 한다, 마치 '정상'이 존재하는것처럼. 반대로 '다름'과 '다원'이라는 기치로 모든게 허락되고 존중받아야 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