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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에서 일하면서 커피를 배웠다. 만드는 법도 배우고 마시는 법도 배우고.

이젠 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마시러 나간다. 카운터(comptoir)에 서서 마시다 보면 이런 사람도 보고 저런 사람도 보게 된다. 한 때는 카운터 맞은 편에서 커피 만들던 예전 생각도 들고 단골 손님들이랑 실없는 소리하던 생각도 나고. 

난 그래서 까페를 참 싫어했다, 누구 한 사람의 공간도 아니고 끝없이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면 지치기도 많이 지쳤으니까. 공간(espace)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고 정신적/심리적(psychique)으로도 그 자리에 온전히 있는 건 아니다. 수업하다 보면 아이들이 딴 생각하는게 보일 때가 있다, 몸은 학교에 있어도 딴 생각할 수 도 있지. 나도 그러니까. 그럴 때면 애들한테 이야기 한다

'on est tous ensemble, mais séparément' 이라고. 우린 다 같이 같은 공간에 있지만 따로따로 같이 있는거라고 그리고 괜찮다고. 사실 이런 표현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리적 공간이 가상의 공간과 혼합되고 잘게 부서지는 과정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인다 (선생님이었던 Pierre-Antoine Chardel이 자주 하는 말이기도 했고)


봄이 온다는데, 봄은 와도 우리가 겪는 봄은 또 각각 다른 봄이겠지. 



2015년 경에 점심시간에 공원에서 밥 먹다가 찍었다.

Dream of blooming trees, 

 



이제는 봄이구나

 

강에서는

조용히 얼음이 풀리고


나무는

조금씩 새순을 틔우고


새들은

밝은 웃음으로

나를 불러내고


이제는 봄이구나

친구야


바람이 정답게

꽃이름을 부르듯이

해마다 봄이면

제일 먼저 불러보는

너의 고운 이름


너를 만날

연둣빛 들판을 꿈꾸며

햇살 한 줌 떠서

그리움, 설레임, 기다림......

향기로운 기쁨의 말을 적는데


꽃샘바람 달려와서

네게 부칠 편지를

먼저 읽고 가는구나, 친구야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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